당신이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치료를 공부하다"
"건강을 공부하다"
"당신이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치료를 공부하다"
저는 사람의 몸을 치료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자주 배가 아프면서, 스스로를 치료하고 또 다른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 한의대에 입학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를 치료하면서 증상이 좋아지자, 저는 보통의 젊은 사람들이 그렇듯 몸을 무리해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커피를 몇 잔씩 마시면서 밤을 새우기 일쑤였고 병원에서 수련 받을 때는 하루에 3-4시간씩 자면서 일과 공부를 병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몸에 이상신호가 왔습니다. 몸 여기저기가 간지럽기 시작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친한 피부과 형에게 가벼운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 연고를 처방받고는 금방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1년 뒤 다시 비슷한 증상이 생겼습니다. 조금 지나면 또 괜찮을 거라 생각했지만 증상은 점점 심해지고 온몸으로 퍼져나갔습니다. 꾸준히 치료를 받은 뒤 처음에 비해서는 많이 좋아졌으나 1년이 넘도록 병은 쉽게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피부에 작은 자극만 가해져도 습진이 생겨서 정상적인 일상 활동이나 운동 등을 하지 못했습니다. 피부 자극이 무서워 아이랑 못 놀아주거나 아이를 안아주지도 못할 때는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건강을 공부하다"
그러면서 건강에 대해서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의료인이었지만 항상 병을 치료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사실 저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의료인이 그렇습니다. 저희는 보통 질병이나 치료에 관심이 있지 건강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오랫동안 아파보니 일반인들이 관심 있는 것은 단순한 치료가 아닙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지 궁금해합니다. 치료를 공부하는 것과 건강을 공부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좋은 치료를 받으면 건강할 수 있을까요? 답은 Yes이기도 하고 No이기도 합니다. WHO에서 가장 최근에 발표한 건강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건강은 단지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상태뿐 아니라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사회적으로 안녕한(well being) 상태 (Health is a dynamic state of complete physical, mental, spiritual and social well being and not merely the absence of disease or infirmity)." |
그러므로 질병이 없더라도 건강하지 못한 삶을 살 수도 있습니다. 또한 최선의 치료를 받고 있더라도 건강하지 못할 수도 있죠.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단순한 치료뿐만 아니라 다른 것에도 관심을 가집니다.
위 사진은 네이버에 '건강'을 검색했을 때 현시점 기준으로 상단에 노출되는 포스트들입니다. 루테인, 커피, 대장균 등 관련된 내용이 보입니다. 약이나 수술 등 치료에 대한 내용이 최상단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식습관, 생활습관, 운동, 건강기능식품 등 어떻게 하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이러한 부분은 의료인들에게도 관심분야이기는 하지만 주된 관심사는 아닙니다. 앞서 얘기했든 의료인의 주된 관심사는 질병의 치료입니다. 위와 같은 내용들은 의료인들에게는 부수적인 부분들입니다.
예를 들어 고혈압이 있어서 병원에 갔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의사는 당신의 혈압을 측정하고 다른 심장질환 등이 의심되는지 검사해볼 것입니다. 진찰 결과 다른 질병이 없이 '본태성 고혈압 1단계'를 진단받았다면 의사는 기본적인 혈압약을 처방해 주고 일정 기간 뒤 다시 내원하라고 할 것입니다. 친절한 의사라면 음주를 줄이고 운동을 하라고 얘기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흔히 하는 소리겠거니 하고 넘어갑니다. 고혈압에 도움이 되는 식단이 있기는 하지만 너무 복잡하고 설명할 시간은 없습니다. 환자는 수십일 치 약을 처방받고는 돌아갑니다. 혈압은 낮아지겠지만 과연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채로 말이죠.
"당신이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아프기 전에는 지인들이 저에게 '어떤 음식이 어디에 좋다는데'라고 물어보면 저는 그냥 골고루 잘 드시라고 얘기했습니다. 대부분 식품 관련된 논문들은 의학 논문들에 비하여 질도 낮을뿐더러 치료 효과는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아파보니 무엇을 먹고 어떻게 지내는지가 건강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정 질병에 직접적으로 큰 치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습관 하나하나가 모여서 건강한 삶을 만들고 질병과 치료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공부하고 또 직접 경험했습니다.
저에게 치료받는 환자들이 나으면 기분이 좋지만, 환자 입장에서 가장 좋은 것은 건강해서 애당초 병원에 갈 일이 없는 것입니다. 이 공간에는 한 명의 일반인으로, 건강하기를 원하는 사람으로 글을 올릴 예정입니다. 진료실에서는 시간이 없어 설명하지 못했던 것들을 자세히 얘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과학적인 근거는 조금 부족하지만 건강에 충분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의료인으로서의 지식을 활용할 수는 있겠지만, 엄격하고 권위적인 하얀 가운보다는 친한 친구가 사적으로 조언하듯이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쪼록 이 공간을 통하여 저와 여러분 모두가 더 건강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